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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밀밀(甛密密)을 보고

스마일맨3000 2014. 2. 18. 15:54








첨밀밀(甛密密)을 보고

 

나에게 영화는 친구 이상의 사이다. 인간들의 삶 속 희로애락에 관심이 많아서 여행을 다니는 나는 당연하게도 또한 너무나 감사하게도 영화라는 좋은 매체를 접하는 것이 큰 행복이다. 한때 영화감독을 꿈꾸어서 미국의 A.F.I(American Film Institute)등에 유학까지 생각한 적이 있었던 (물론 탁상공론으로 끝이 났지만) 나는 내 애정과 관심을 담뿍 가슴속에 지닌 채 영화보기를 즐긴다. 어릴 적부터 많은 영화를 보았고, 심지어 좋아했던 영화의 실제 무대까지 찾아가 보기도 했었다. 이처럼 내게서 여행과 영화는 서로 끊어질 수 없는 실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 중 한편의 영화를 소개하는 기쁨을 맛보고자 한다.

 

영화 "첨밀밀(甛密密)"에 대해

 

첨밀밀(甛密密)은 1997년 홍콩의 제16회 금장상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및 남녀주연연기상, 감독상, 시나리오상, 음악상, 촬영상, 미술상, 의상상 등 9개 부분을 석권한 1996년 가을 작품이다. '장국영', '원영의'가 주연한 섬세한 애정영화인 '금지옥엽'을 만든 대만의 여류감독인 '진가신(陳可辛)'이 연출했다.

우리들에게 너무나 알려진 홍콩의 '장만옥(張曼玉)(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배우임)과 역시 왕가위 영화인 '타락천사' 등으로 국내에서 뜨기시작한 홍콩의 4대천왕 중의 한 명인 '여명(黎明)'이 주연하고 있다.

잔잔하게 흐르는 영상은 호주출신의 중국어가 유창한 촬영감독이자, 왕가위의 '중경삼림', '첸카이거의 '풍월' 등 수작들을 촬영한 '크리스토퍼 도일'이 맡았다. '도일'은 첨밀밀에서 꽤 비중 있는 배역을 직접 맡아 그의 연기력도 보여주고 있다. 바로 극중 영어학원 강사이며, 태국여성인 '개란'을 사랑해 에이즈에 걸린 '제러미'가 바로 크리스토퍼 도일이다.

영화는 1986년 3월부터 1995년 3월까지 10년의 세월동안 두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사랑과, 이별과 만남등 삶의 모습들을 화면에 담았다.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다.

 

줄거리

 

영화는 여소군(여명)이 대륙과 홍콩을 잇고 있는 KCR(Kowloon Cantonese Railway)열차를 타고서 홍콩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여소군은 홍콩에 살고있는 고모를 의지해 돈을 벌러온 중국 '무석' 출신의 젊은이이다. 그는 황금빛 꿈을 안고서 새로운 땅에 도착해 닥치는 대로 이일 저일을 하며 돈을 벌려한다. 그 와중에 이교(장만옥)를 만나 그와 친구가 되고 급기야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이교는 대륙출신인 여소군에게 자신은 홍콩출신이라고 은근히 자랑하지만 사실은 이교도 중국의 광주 출신으로서 돈을 벌기 위해 홍콩에 온 것이었다.

둘은 의로운 사람끼리 서로를 의지하듯 둘만의 사랑을 나누었지만 그 사랑을 결혼으로까지는 연결시키지는 못한다.(두사람이 사랑의 장소로 사용한 '527'호가 자꾸 생각난다.) 여소군에게는 사랑(?)하는 고향의 약혼자인 방소정(조금 얄미운 성격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몇 년 뒤 요리사로 어느 정도 성공한 여소군은 약혼자를 데려와 결혼식을 올리고, 이교도 주먹세계의 '형님'으로 통하지만 마음이 매우 따뜻하고 여자를 잘 배려해줄 아는 구양표를 알게되어 동거(?)한다. 이로서 첫 번째로 두 사람이 이별하게된다.

여소군은 결혼 후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듯 하나 그의 마음 속에는 이교에 대한 연민을 지울 수가 없었고,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인 등려군을 실제로 만난 날 거리에서 그들의 사랑을 재확인한다. 그러던 중 구양표가 사건에 연루되어 경찰에 쫓기게 되자 이교는 구양표와 함께 미국으로 밀항을 하게되고, 이것이 여소군과 이교의 두 번째 이별이 된다.

이교를 떠나보낸 여소군도 자신의 감정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자신을 홍콩으로 불렀던 고모인 로시(직업:포주)가 유산으로 상속해준 재산을 아내인 방소정에게 모두 주어버리고 여소군도 훌훌 미국으로 떠나기에 이른다. 뉴욕에서 그의 요리사 스승이 그를 부른 까닭도 있었기에...

한편 미국에서 도피생활을 하던 이교는 불운한 사건을 당해 구양표를 잃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불법체류 사실이 이민국에 적발되어 추방될 위기에 처해졌으나 공항으로 압송 당하는 차안에서 배달 나가던 여소군을 발견한 이교... 필사의 탈출과 함께 그를 따라 간다. 하지만 감독은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그 장면에서는 둘을 다시 갈라놓는다. 세 번째 이별...

세월이 조금 더 흘러 뉴욕 시티투어 관광가이드로 자리를 잡은 이교(나는 이 장면에서 가슴찡한 직업상의 동질감을 느꼈다), 계속 요리사로 살아가는 여소군... 이제 둘이 만나는 장면만 남았다. 감독은 등려군이라는 실존했던 전설적인 중국의 인기가수(1953년 대만출생, 중국. 대만, 홍콩, 일본, 동남아에서 수천 만장의 앨범을 판매한 중국인들 사이에는 이미자만큼이나 매우 인기 있는 여가수)를 두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 속에 잘 배치하여, 그의 노래를 장면장면 절묘하게 사용한다.

그 등려군의 사망소식(42세의 나이로 방콕의 오리엔탈호텔에 남자 친구와 함께 투숙했으나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다. 아마 약물중독인 듯. 이소룡의 죽음과 비슷하다.)이 전세계에 퍼질 때, 다시 한번 그녀로 인해 두 사람은 10년 만에 감격의 상봉을 하게된다. 이때 이 영화의 주제가인 첨밀밀이 경쾌하게 흐른다.(첨밀밀의 멜로디는 다양한 버전으로 편곡되어 중국어권 및 동남아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원래는 인도네시아 민요의 곡에다 가사를 붙인 것이라고 한다.) 그 뒷 이야기는 우리가 마음대로 상상하면 된다.

영화는 맨 처음 장면이었던 여소군이 열차를 타고 졸면서 홍콩의 구룡역에 도착하는 장면을 다시 보여주면서 끝나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이교도 바로 뒷자리에서 여소군과 머리를 맞댄 채 졸고 있다가 황급하게 두사람은 따로따로 내린다. 사실은 이것이 첫 번째 두사람의 이별이었던 것이다.

 

중국과 홍콩, 자본주의의 모습을 배경으로 한 작품

 

영화는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보다 실제로 봐야한다. 아무리 잘 설명을 한들, 날카로운 평론을 한들, 실제 그 영화를 보는 것 이상을 능가하지는 못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의 시각으로서 눈에 보였던 몇 장면을 말하자면, 우선 1996년 제작 당시 1997년 홍콩의 중국반환을 앞두고 전체적인 홍콩인들의 불안 심리를 은근히 묘사했다는 점이며, 영화에서는 홍콩인들의 삶의 모습, 중국 본토(대륙)인들의 홍콩 드림을 안고 홍콩으로 모여드는 모습, 냉엄한 자본주의 사회의 실상, 주요 무대인 홍콩과 뉴욕의 거리 모습 및 분위기 등이 잘 나타나 있다. 또한 뉴욕 시내의 차이나타운의 모습도 나오지만, 동시에 내가 느꼈던 것은 한국인들도 중국인들만큼 외국으로 진출하여, 각 주요도시마다 번성한 코리아 타운을 건설했으면 했다. 물론 미국에는 한인 교포들이 많이 있지만, 그 결집력과 위상이 중국인들에 비해 많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작업으로 경제가 어려워진 요즈음 더욱더 내국인들의 이민을 장려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같은 민족의 이민 자들이 적은 나라는 외로움도 느끼고,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고, 도와줄 이웃이나 친구들을 만들기 어려운 반면 같은 민족의 이민 자들이 많은 사회는 그 집단 자체적으로 경제행위가 가능하고 하나의 독립적인 소사회를 이룰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지인들과의 교류와 융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팔이 안으로 굽기 마련이며, 그들도 이방인들에 대한 텃새는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 점에서 영화의 무대인 뉴욕을 비롯한 전세계의 차이나타운의 힘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이야기가 옆으로 약간 샌 것 같다. 낙엽 지던 1996년 가을 이 영화의 개봉을 알리던 포스터가 기억난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은 찾아왔고, 여러 형태의 사랑의 모습들 중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하나의 촉촉한 이야기임에 틀립없다. 보신 분은 다시 한번, 안보신분은 꼭 권하고 싶은 영화다.

" 3650일후..우리는 다시 만나기로 했다.그리고 남아있는 날들은 다시 헤어지지 않기로 했다.우연히도 그날은 왔다... 우리는 아직 사랑하고 있다......."

 

                        김슬기